크리스천 정체성 커밍아웃, 소명의식과 신우회 활동 효과적

여름 내내 수련회와 단기선교로 영성이 충만해진 크리스천들. 그러나 직장으로 돌아가면 또 다시 흔들거리는 신앙을 멈출 길 없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중 단 37.4%만이 직장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직장생활의 고달픔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 특히 크리스천의 직장생활은 비기독인보다 더 힘들다. 크리스천만이 겪는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중고에 빠진 크리스천

직장인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시대는 변하지만 고용불안정은 여전하다. 이는 크리스천들도 느끼는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가 크리스천에게만 면제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크리스천들은 이러한 문제가 생길 때 상대적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진다.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입사한 K씨는 매일 불안하다. 1년 계약직인 직장 때문이다. 계약직은 정직원에 비해 초라한 월급, 4대보험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복지 등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K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정직원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다. 특히 비기독인들이 직장생활을 더 잘하고 정직원에 사뿐히 안착하는 것을 보면 크리스천으로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 회사원 P씨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는 같이 들어온 입사동기와의 경쟁 때문에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특히 주일에도 회사에 나오거나 주말에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자신만 뒤처지는 게 아닌지 두렵다.

또 여전히 크리스천들에게 반복되는 문제도 있다. 바로 술자리 문화다. 보험회사에서 3년째 일하는 K씨는 크리스천 때문에 술자리가 더 힘들어졌다. 그와 같은 부서에 있는 크리스천인 한 동료는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술도 잘 마신다. K씨는 술자리가 불편하지만 “쟤는 잘 마시는데 너는 왜 분위기를 깨냐”는 말을 들을까봐 크리스천임을 밝히기 어렵다.

정체성 당당히 밝혀야

이처럼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사회 속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크리스천들은 문제해결보다는 피하는데 급급하다. 직장사역전문가들은 정체성 밝히기, 소속감 찾기, 이중성 버리기를 통해 크리스천 직장인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S씨는 매번 술자리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직장 특성상 술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한 상사가 그녀에게 제일 잘하는 것을 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그녀는 기도를 가장 잘한다고 말했고, 상사는 그녀에게 기도를 시켰다. 그 이후부터 그녀는 크리스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술 문제에서 해방되었다.

S씨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전문가들은 S씨가 이후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사역 전문가 박호근 목사는 “크리스천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힌 뒤, 일에 대한 사명감과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아도, 주일에 나와서 일하지 않아도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인상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선교회 김건수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은 거룩한데 일은 세속적이라는 이중성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직장을 사역지, 자신을 선교사라는 마음으로 직장을 섬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 노예해방을 이끈 윌버포스처럼 실력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크리스천이 가장 이상적인 크리스천 직장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하나님께로 나오므로 끊임없는 기도와 간구는 필요조건이다.

직장 내 멘토 필요

이러한 다짐을 아무리 마음에 새겨도 어려움은 항상 찾아온다. 이럴 때 멘토를 가지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직장생활을 3년 넘게 해온 L씨는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멘토가 있다. 교회선배였던 멘토는 직장 상사와의 관계로 고민하던 L씨에게 기도의 필요성과 진지한 대화를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L씨는 멘토가 외국에 나갔지만 여전히 힘들 때마다 상담을 받는다.

또한 한 명의 멘토를 넘어 집단 멘토를 얻는 방법도 있다. 직장 내에서의 신우회 등 크리스천 직장인의 모임과 교회 내에서 직장인 소그룹을 통해서다. 그런데 교회들은 때로 교회 안에서의 활동만을 바라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천들이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승리하도록 관심 갖고 성서적 직업관을 심어줄 필요성이 있다.

김건수 대표는 “직업에 대한 소중함을 가지도록 교회가 앞장선다면 크리스천의 직업 만족도도 높아진다”며, “이때 직장 안에서 크리스천 정체성을 밝히기 등 더 자유롭게 하나님을 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지구촌교회,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와 우리 교단 내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직장인을 위한 소그룹 모임과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박호근 목사는 “교회 내 직장인 모임이 활발해지고 교회의 관심이 커진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크리스천 비주류(非酒流)가 직장의 주류(主流)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직장은 넘기 힘든 산이다. 하지만 단지 종교가 ‘기독교'라고 해서, 더 힘든 직장생활을 해야 할까? 지혜로운 대처로 현명한 크리스천으로 인식되기 위한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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