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납추리를 하는 칠면조”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의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버트런드 러셀이 즐겨 인용했었다. 칠면조는 아침 9시면 어김없이 먹이를 받아먹었다. 그것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해가 쨍쨍하게 비치든 변하지 않았다. 마침내 칠면조는 귀납추리에 의한 확신에 도달했다. 나는 아침 9시면 틀림없이 먹이를 받아먹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오는 오후에도 칠면조는 내일 아침 9시를 기다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 교회 부흥의 원동력은 성령의 역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목회자도 있을까. 기독교 2000년의 역사는 교회의 부흥이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귀납적으로 증거해 주었다. 그러나 교회의 부흥을 교인 수의 증가라는 도식으로만 이해한다면 지구 상의 대부분의 교회는 성령의 역사와는 상관이 없는 교회로 낙인찍히고 만다. 그것은 또 하나의 귀납추리에 젖은 칠면조 이야기일 것이다.

▨… 하비 콕스(Harvey Cox)가 ‘세속화 신학’을 이야기했을 때 일부 사람들이 세속화란 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었다. 세속화를 교회의 거룩함을 해치는 용어로 오해했던 것이다. 콕스는 말씀이 육신이 되신 사건을 하나님의 세속화로 이해하였고 세속화 하신 하나님은 이 세계를, 이 역사를 향하여 주권을 선포하신다고 주장했었다. 하나님의 주권은 교회가 소금으로 녹아질 때 드러난다는 그의 주장도 우리가 경청해야할 부분이다.

▨…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이끌었던 분이 새벽기도회에서 신도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용서를 구한 것이다. 신도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전에 하나님 앞에 용서를 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을 터이니 그의 회개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을 닮아도 쏙 빼어나게 닮은 가족들의 행태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기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 어느 목사가 말했다.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고. 모든 신앙인들이 염려하는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짚었다. 그러나 참으로 서글프기만한 교회의 병리 앞에서 정작 걱정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실 것이다. 하나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제쳐두고 세상이 걱정하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면… 그가 교단을 걱정시키고 있다는 귀납추리만큼은 한사코 사양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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