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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쉼터입니다.
 작성자 : 박종금  2016-05-14 10:29:05   조회: 3454   
원하지 않는 일인데도 병원을 찾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입원한 분들 중에 중병일 때 대부분의 환우들은 왜 내게 이런 병이 들었냐며 분노와 불평과 원망을 토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자신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질 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면 수용하게 됩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시트에 누우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쉼터가 됩니다. 벌써 5-6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박완서 작가가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란 책을 냈는데 그 책은 그녀의 유고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이 책을 집필할 때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돌아 볼 여지가 없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며 일 만권이 넘은 책을 뒤적거리다 밑줄 친 책의 연도를 보면서 역시나 하고 내 생애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심한 불면증과 곧 죽을 같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한 고통과 그걸 아무도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잘난 척 때문에 심신이 마모돼갈 때였습니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살고 싶어할 때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는데 그게 오래 믿어온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극한 상황에 매달릴 데가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아무리 매달려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고통이 무슨 뜻이냐고 피 토하게 외쳐도 주님은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런 막다른 골목에서 밑 줄 친 문장을 만난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심혈을 기우려 심오한 뜻을 담아낸 명문어사여서가 아니라 검부락지라도 잡고 싶은 내 절박한 심정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때 위로부터 고요와 평안의 이불이 나를 덮었고 주었고 질병이 선물해 준 쉼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박완서 작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고통으로 시간만 보낸다면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삶에 노도(怒濤)가 일어나고 있습니까? 조용히 들려오는 음성을 들어 보세요. “고요 하라 잠잠 하라” 쉼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성입니다.
2016-05-14 10: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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